500명에게 계정을 줬는데, 여는 사람은 25명
500명에게 계정을 하나씩 나눠 줬다고 해 보자. 반년이 지나 관리 콘솔을 열어 본다. 주 1회 이상 이 도구를 실제로 여는 사람은 스물다섯 명 남짓. 비율로 치면 5%다.
여기서 이걸 '유난히 운 나쁜 실패'로 읽으면 오해다. 앤트로픽이 기업 도입 자료에서 전체 노동인구의 실사용 기준선으로 잡은 숫자 자체가 5%다. 다시 말해 계정을 사 두고 5%만 쓰는 건 사고가 아니라 기본값이다. 라이선스를 결제한 순간을 '도입 완료'라고 적어 둔 장부가 있다면, 그건 출발선을 결승선으로 착각한 장부인 셈이다.
그런데 같은 자료 안에서, 딱 한 회사만 완전히 다른 숫자로 서 있다.
82%의 팀원이 클로드를 쓴다 — 전체 노동인구 기준선인 5%와 비교되는 수치다.
"82% of team members use Claude, compared to a 5% benchmark for the overall workforce."
— Anthropic, "Customer story: Section" (claude.com, 2025)
82%. 기준선의 열여섯 배 남짓이다.
그들이 열여섯 배 부지런한 건 아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설명은 이렇다. Section 직원들이 유난히 의욕적이거나, 유난히 젊거나, 유난히 기술 친화적이라서 그렇다고. 그런데 이 설명은 대체로 틀린 자리를 짚는다. 82%라는 숫자는 그 사람의 자질을 잰 게 아니다. 그 사람이 발 딛고 선 바닥을 잰 것이다.
렌즈를 이렇게 바꿔 끼우면 5%도 다르게 보인다. 이건 게으름의 숫자가 아니라 방치의 숫자다. 아무도 길을 깔아 두지 않은 조직에서 새 도구를 받아 든 직원은, 계정만 손에 쥔 채 '이걸 대체 내 일 어디에 끼워 넣지'라는 질문을 혼자 붙들게 된다. 이 질문에 회사가 답을 주느냐 안 주느냐 — 그 차이의 상당 부분이 5%와 82% 사이에 있다.
Section이 그 답을 줄 수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니다. Section은 임직원에게 AI 쓰는 법을 가르치는 걸 업으로 삼는 교육 회사다. 남에게 파는 교육 방법을 자기 임직원에게도 적용한 회사가 82%를 찍었다는 사실은, 도입률이 도구가 아니라 교육에 달려 있다는 걸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교육을 파는 곳이 교육의 값어치를 자기 사용 로그로 증명해 버린 기업 AI 활용 사례인 셈이다.
활용률이 높으면, 생산성 숫자가 습관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활용률이 높으면 실제로 뭐가 달라지나. GitLab의 사례를 겹쳐 보면 답이 숫자로 나온다. GitLab은 클로드를 도입한 뒤 사내 업무 전반의 생산성이 25~50% 늘었다고 밝혔다. 여기서 눈여겨볼 건 이 '범위'다. 같은 도구를 쓰고 같은 회사 안인데도, 25%와 50% 사이가 이렇게나 벌어진다.
이 폭을 가르는 건 도구의 사양이 아니다. 도구를 매일 손에 익힌 팀과, 계정만 있고 어쩌다 한 번 여는 팀의 차이다. 우리가 보기엔 25%는 도구가 깔아 준 하한이고, 50%는 습관이 끌어올린 상한에 가깝다. 도구를 사면 하한은 저절로 생긴다. 하지만 상한은 사람이 만든다.
교육비가 도구값보다 비싸도 남는 장사
여기서 흔한 통념이 뒤집힌다. 예산 회의에서 도구값은 대개 '투자'로, 교육비는 '부대비용'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숫자를 따라가 보면 순서가 정반대다.
산술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계정값이 똑같을 때, 활용률 5%짜리 도입과 82%짜리 도입은 열여섯 배 규모의 사용량 위에서 성과가 갈린다. 그리고 그 열여섯 배를 만들어 낸 건 더 비싼 도구가 아니라 교육과 챔피언 네트워크였다. 그렇다면 교육에 쓴 돈은 도구값을 몇 배로 늘려 회수하는 지렛대이지, 도구값에 딸려 오는 혹이 아니다.
기술만이 아니라 사람에 투자하라.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챔피언 네트워크가 임직원을 일상 업무에 AI를 녹여 넣게 만든다.
"Invest in people, not just technology. Comprehensive training programs and champion networks help employees integrate AI into their daily work."
— Anthropic, "How enterprises are driving AI transformation with Claude" (claude.com, 2025)
뒤집어 말하면, 교육 없이 도구만 뿌린 회사는 도구값을 5%의 효율로 태우고 있는 것이다. 500명에게 준 계정 중 475개는 매달 요금만 빠져나가고 열리지 않는다. 회계장부에 안 잡히는 진짜 낭비가 바로 그 475개이다.
그래서, 콘솔을 열어라
이 글이 부탁할 수 있는 건 딱 하나다. 회사 로그를 열어서, '구매한 계정 수'가 아니라 '주 1회 이상 실제로 여는 사람의 비율'을 이번 주에 직접 세어 보라.
그 숫자가 5%에 가깝다면, 다음 결제 때 더 비싼 도구를 알아보는 것보다 사내에 챔피언 한 명을 지정하는 편이 싸고 빠르다. 82%에 가깝다면 — 축하한다. 당신 회사는 이미 도구를 산 게 아니라 습관을 산 것이다.
출처 · 참고
참고 문헌
- Anthropic. (2025). Customer story: Section. https://claude.com/customers/section
- Anthropic. (2025). How enterprises are driving AI transformation with Claude. https://claude.com/blog/driving-ai-transformation-with-claude
- Anthropic. (2025). GitLab Claude case study. https://claude.com/customers/git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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