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명을 지운 회사가 사람을 다시 불렀다

2024년 2월, 스웨덴의 핀테크 회사 클라르나(Klarna)가 눈에 띄는 발표를 했다. OpenAI와 함께 만든 AI 상담 어시스턴트가 출시 한 달 만에 230만 건의 대화를 처리했다는 것이다. 회사는 이 일이 정규 상담사 700명이 할 몫과 맞먹고, 그해 이익을 약 4천만 달러 개선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이 숫자를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AI 콜센터가 사람을 대체한다.

클라르나의 AI 상담 어시스턴트는 출시 첫 달 230만 건의 대화를 처리해 정규 상담사 700명 몫과 맞먹었고, 그해 이익을 약 4천만 달러 개선할 것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1년 뒤 이 회사는 사람 상담사를 다시 불렀다.
클라르나가 발표한 세 숫자

그런데 1년쯤 지나, 같은 회사의 CEO 세바스티안 시에미아트코프스키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뜻밖의 말을 했다. 사람 상담사를 다시 채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용만 좇다 너무 멀리 갔고, 그 사이에 상담 품질이 무너졌다고 그는 인정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클라르나가 되돌린 것은 'AI를 사람으로 다시 바꾸자'는 단순한 결정이 아니다. AI가 쉬운 전화를 죄다 걷어간 뒤, 콜센터에 정작 무엇이 남는지를 회사는 뒤늦게 본 것이다.

"인공지능(AI) 상담원이 콜센터 직원을 대체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이라는 통념이 흔들리고 있다."

— 「"사람 좀 바꿔주세요"…AI 상담 확대의 역설, 비용도 불만도 늘었다」, 다음뉴스 게재, 2026

AI가 고른 전화, 사람에게 남은 전화

AI 콜센터는 통화량을 줄이지 않고 전화를 쉬운 것과 어려운 것으로 분류한다. 잔액·배송·영업시간 조회처럼 정해진 답이 있는 전화는 AI가 가져가고, 정해진 답 없는 문의·화난 고객·'사람 좀 바꿔주세요'는 사람에게 남아 상담사 한 명의 값이 오른다.
AI가 고른 전화, 사람에게 남은 전화

콜센터가 AI의 효과를 잴 때 보통 보는 숫자는 하나다. 전화 한 통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 AI는 이 값을 확실히 낮춘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AI는 아무 전화나 받지 않는다. 정해진 답이 있는 조회성 전화만 골라 가져간다.

그러면 사람 상담사 앞에는 무엇이 남을까. 정해진 답이 없는 전화, 이미 화가 난 고객, AI가 몇 차례 헛돈 끝에 '사람 좀 바꿔주세요'로 넘어온 전화다. 상담사 한 명이 받는 통화의 평균 난도가 올라간다. 한 통에 걸리는 시간도 길어진다. 그 통화를 감당하려면 상담사는 더 숙련돼 있어야 한다. 쉬운 전화를 걷어낼수록, 남은 상담사 한 명의 값은 오른다.

건당 처리 비용표에는 잡히지 않는 비용도 있다. AI에게서 답을 못 얻어 다시 거는 재통화, 그 사이에 지쳐서 떠나는 고객, 결국 사람에게 넘어오며 두 배로 든 시간이다. 클라르나가 4천만 달러를 아꼈다고 발표한 바로 그 장부에서, 이 항목들은 다른 페이지에 적히거나 아예 적히지 않는다.

이 되돌림은 클라르나 혼자만의 실수가 아니다. 실제로 커뮤니케이션 인프라 기업 신치(Sinch)가 10개국 기업 의사결정자 2,527명을 조사한 결과, 가동 중이던 AI 응대 상담원을 중단하거나 되돌린 조직이 74%에 달했다.

커뮤니케이션 인프라 기업 신치가 10개국 기업 의사결정자 2,527명을 조사한 결과, 가동 중이던 AI 고객 응대 상담원을 중단하거나 되돌린 조직이 74%에 달했다. AI 콜센터의 되돌림은 클라르나만의 실수가 아니다.
AI 상담원 되돌린 조직 74%

"조직의 74%가 가동 중이던 AI 고객 응대 상담원을 중단하거나 되돌려야 했다."

"74% of organizations have been forced to shut down or roll back a live AI customer communications agent."

— 「Why 74% of AI customer service chatbots are pulled offline after launch」, AOL(원자료: Sinch 조사), 2026

'사람 좀 바꿔주세요'는 새 요구가 아니다

자동화 도구는 ARS의 0번에서 챗봇을 거쳐 생성형 AI로 정교해졌지만, 고객이 '사람 좀 바꿔주세요'라며 사람을 찾는 이유는 20년째 그대로다. 자동화가 처리할 문의와 사람이 필요한 문의의 경계는 사라지지 않았다.
20년째 그대로인 '사람 연결' 요구

사실 이 장면은 전혀 낯설지 않다. 20년 전, 우리는 ARS(자동응답) 안내 멘트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0번을 눌렀다. 상담원 연결. 자동화가 처리할 수 있는 문의와 사람이 있어야 하는 문의, 그 경계는 기술이 ARS에서 챗봇을 거쳐 생성형 AI로 바뀌는 동안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경계를 긋는 도구만 점점 정교해졌을 뿐이다.

변하지 않은 건 고객이 전화를 거는 이유다. 사람들은 '응답'을 받으려고 전화하지 않는다. '해결'을 받으려고 전화한다. AI가 아무리 빠르고 싸게 응답을 내놓아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고객은 예전에 0번을 누르던 바로 그 손으로 '사람 좀 바꿔주세요'라고 말한다. AI 콜센터를 '전화를 줄이는 장치'로 설계한 회사는 이 손동작을 실패로 기록한다. 하지만 애초에 그 손동작이야말로 콜센터가 존재하는 이유다.

다음 콜 리포트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AI 콜센터의 진짜 손익을 보려면 'AI가 처리한 건수' 옆에 두 숫자를 함께 세워야 한다. 같은 고객이 며칠 안에 다시 건 재통화율과, 사람에게 넘어온 통화의 평균 처리 시간이다. 앞 숫자가 자랑스러울수록 뒤 두 숫자의 움직임이 진짜 손익이다.
콜 리포트에서 함께 볼 두 숫자

그래서 AI 콜센터를 이미 운영하고 있거나 도입을 저울질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주 콜 리포트에서 작은 실험을 해보길 권한다. 'AI가 처리한 건수' 옆에 숫자 두 개를 나란히 세워 보는 것이다. 하나는 같은 고객이 며칠 안에 다시 건 재통화율, 다른 하나는 사람에게 넘어온 통화의 평균 처리 시간이다. 앞의 숫자가 자랑스러울수록, 뒤의 두 숫자가 어떻게 움직였는지가 진짜 손익이다.

시에미아트코프스키는 이제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사람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700명 몫을 지웠다가 사람을 다시 부른 회사가 내린 결론치고는 참 소박하다. 그런데 그 소박한 문장 안에, 건당 처리 비용표가 끝내 담지 못한 숫자가 들어 있다. 다음에 누군가 당신 회사의 '상담원 연결'을 누를 때, 그것은 AI의 실패가 아니다. 청구서의 다음 줄이다.

출처 · 참고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