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미국의 교육 콘텐츠 기업 체그(Chegg)가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다투는 지점이 뜻밖이었다. 검색 순위가 아니었다. 구글이 검색 결과 페이지 맨 위에 AI 요약(AI Overviews)을 얹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굳이 체그 페이지까지 넘어올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 이것이 셔먼법 위반을 건 소장의 핵심이었다. 체그는 순위에서 밀린 게 아니라, 답변에서 지워졌다.
한때 시가총액이 140억 달러를 웃돌던 회사였다. 그 가치는 소송을 걸 무렵 대부분 증발했고, 회사는 그 해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그런데 검색창은 그대로였다. 학생들이 던지는 질문도 그대로였다. 달라진 건 딱 하나였다. 그 질문에 이제 구글이 직접 답한다는 것.
AI가 답변을 생성하는 순간에 브랜드가 포함되지 않으면, 소비자의 구매 고려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될 수 있습니다.
— 애센트코리아, 「생성형 AI 시대의 검색 대응 전략」, 2025
이제 승부는 순위표가 아니라 답변 문장 안에서 갈린다
지난 20년 동안 검색 마케팅의 규칙은 단순했다. 검색 결과 1페이지, 되도록 맨 위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면 사용자가 링크를 눌러 우리 사이트로 들어오고, 거기서부터 설득이 시작된다. 노출과 유입 사이에는 언제나 '클릭'이라는 다리가 놓여 있었다.
생성형 검색은 그 다리를 걷어냈다. 사용자가 "토익 900점 넘기려면 뭘 봐야 해?"라고 물으면, AI는 열 개의 링크를 늘어놓는 대신 하나의 문단으로 답을 완성한다. 그 문단 안에 특정 브랜드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사용자는 그런 브랜드가 세상에 있는지조차 모른 채 결정을 내린다. 싸움의 무대가 '누가 위에 뜨느냐'에서 '누가 답변 문장 안에 들어가느냐'로 옮겨간 것이다.
체그의 순위는 무너지지 않았다. 무너진 건, 그 순위가 트래픽으로 환산되던 오래된 공식이었다.
클릭은 34.5% 줄었는데, 왜 어떤 브랜드는 검색량이 늘었나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다. 에이치레프스(Ahrefs)가 검색어 30만 개를 분석한 결과, AI 요약이 뜨는 순간 1위 링크의 클릭률은 34.5% 주저앉았다. 그런데 트래픽이 사라진 바로 그 자리에서, 오히려 브랜드가 더 커지는 경우가 관측된다.
클릭은 34.5% 감소했지만, AI에 인용되는 브랜드들의 직접 검색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요.
— 리드젠, 「AI 검색 최적화 정복 | 제로 클릭 시대 대응 전략」, 2025
앞뒤가 안 맞아 보이지만, 뜯어보면 단순한 이야기다. AI 답변에 브랜드 이름이 인용되면, 사용자는 그 이름을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직접 찾아온다. 링크를 눌러 들어오는 수동적인 유입은 줄어든다. 대신 이름을 콕 찍어서 검색하거나 주소창에 곧장 입력하는 능동적인 수요가 늘어난다. 인용은 트래픽을 빼앗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새로운 진열대다.
이 진열대에 오르기 위한 작업을 부르는 이름이 있다. 2023년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처음 이름 붙인 GEO 마케팅(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이다. 검색엔진 순위를 겨냥하던 SEO가 '어떻게 하면 상위에 노출될까'를 물었다면, GEO 마케팅은 질문 자체를 바꾼다. '어떻게 하면 AI가 답을 만들 때 우리를 근거로 끌어다 쓰게 할까'. 구조화된 데이터, 명확한 출처 표기, 사람들이 실제로 던지는 질문 그대로 정리된 콘텐츠. 실제로 그 연구진의 실험에서, 통계와 인용·출처를 분명히 단 콘텐츠는 AI 답변에 등장할 확률을 최대 40%까지 끌어올렸다. 결국 사람의 눈이 아니라, 답변을 조립하는 기계의 눈에 걸리도록 설계하는 일이다.
체그가 소송장을 쓰는 동안, 같은 시장의 누군가는 AI가 '토익 인강 추천'을 받았을 때 자기 이름을 답에 넣도록 콘텐츠를 다시 짜고 있었다.
"SEO는 안 죽었다"—맞는 말이라서 더 위험하다
물론 반대편 목소리도 크다. 여전히 웹 트래픽의 대부분은 전통적인 검색에서 나오고, AI 검색의 영향은 과장됐으며, 기본기—양질의 콘텐츠와 SEO—만 다져 두면 흔들릴 게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많은 검색 대행사와 마케터가 이렇게 말하고, 그렇게 예산을 집행한다. 절반은 맞는 말이다.
문제는 이 반론이 옳은 바로 그 지점에서 함정이 시작된다는 데 있다. GEO 마케팅의 재료가 결국 무엇인가. 좋은 콘텐츠와 구조화된 데이터, 즉 SEO가 지금껏 쌓아온 바로 그 자산이다. 그래서 "SEO만 잘하면 된다"는 말은 틀린 게 아니라, 절반에서 멈춘 말이다. 같은 콘텐츠를 사람의 클릭을 위해 그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기계의 인용을 위해 다시 배치할 것인가. 이 갈림길에서 체그처럼 앞쪽 절반만 붙들고 있으면, 순위는 지키면서 존재는 잃는다.
뒤집어 물어보자. AI 인용이 정말 부차적인 문제라면, 구글은 왜 소송까지 당해 가며 AI Overviews를 밀어붙이고 있고, 브랜드들은 왜 직접 검색량이라는 낯선 지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을까.
오늘 밤, 검색창 대신 챗봇에 당신 브랜드를 물어보라
거창한 전략 회의보다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당신 고객이 구매 직전에 던질 법한 질문 다섯 개를 골라 보라. 그리고 그 질문을 챗GPT·퍼플렉시티·구글 AI Overviews에 그대로 넣어 보라. "○○ 분야에서 믿을 만한 브랜드 추천해줘" 정도면 충분하다.
답변에 당신 이름이 있는가, 아니면 경쟁사만 줄줄이 나오는가. 후자라면, 지금 당신은 검색 순위가 몇 위인지와 상관없이 그 고객의 고려 대상에 처음부터 없던 브랜드다. 체그가 소송장을 쓰기 훨씬 전, 누군가 그 회사를 위해 던졌어야 할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다.
출처 · 참고
참고 문헌
- 리드젠(Lead-gen) (2025). AI 검색 최적화 정복 | 제로 클릭 시대 대응 전략. https://blog.lead-gen.team/ai-seo-optimization-strategies
- 애센트코리아 (2025). 생성형 AI 시대의 검색 대응 전략: 브랜드가 살아남는 법. https://www.ascentkorea.com/brand-survival-in-the-age-of-geo/
- CNBC (2025). Chegg sues Google for hurting traffic with AI as it considers strategic alternatives. https://www.cnbc.com/2025/02/24/chegg-sues-google-for-hurting-traffic-as-it-considers-alternatives.html
- Ahrefs (2025). AI Overviews Reduce Clicks by 34.5% (30만 검색어 분석). https://ahrefs.com/blog/ai-overviews-reduce-clicks/
- Aggarwal, P. 외 (2023). GEO: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https://arxiv.org/abs/2311.09735
- Fishkin, R. · Similarweb (2026). How AI Brand Mentions Influence Direct Visits & Traditional Search Queries. https://sparktoro.com/blog/new-research-from-similarweb-how-ai-brand-mentions-influence-direct-visits-traditional-search-queries/
- Cohan, P. / Forbes (2025). Chegg Stock Down 99% — 45% Layoffs. https://www.forbes.com/sites/petercohan/2025/10/29/chegg-stock-down-99-learn-whether-ai-45-layoffs-make-chgg-a-b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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