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좀 빼도 되겠지"라는 착각
요즘 실무자들은 이미 AI를 손에 쥐고 일합니다. 보고서 초안을 잡고, 회의록을 정리하고, 데이터를 요약하는 일까지 자연스럽게 AI에 넘기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팀을 이끄는 관리자 본인은 AI를 슬쩍 피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리는 대개 이렇습니다. "팀원들이 알아서 잘 쓰니까, 나는 방향만 잡으면 된다."
포브스에 실린 마크 머피(Mark Murphy)의 글은 이 생각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그가 이끄는 리더십 IQ가 2025년 6월 임원·부서장·관리자 1,251명을 조사했더니, 79.5%가 실제로 AI 도구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람들 중 46%는 AI가 자기 직무에는 별 영향이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도구는 매일 만지면서도, 그 도구가 자기 자리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만은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관리자 AI 회피'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균열
관리자 AI 회피의 진짜 문제는 '안 쓴다'가 아닙니다. 제대로 모르면서 안다고 믿는다는 데 있습니다. 조사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면 이 간극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 섹션(Section)의 2026년 AI 역량 리포트에서, 스스로 'AI에 능숙하다'고 평가한 직원은 54%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테스트에서 능숙하다고 나온 사람은 10%에 그쳤습니다.
- 관리자라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매일 도구를 만지면서도, 이들의 평균 역량 점수는 자신이 이끄는 팀원보다 겨우 조금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 리더십 IQ 조사에서 관리자 중 매일 AI를 쓰는 사람은 33%뿐이었습니다. 게다가 AI 사용을 팀 성과 기준과 연결한 관리자는 7.7%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머피는 이 상황을 이렇게 짚습니다.
말 그대로 악순환입니다. 모르는 만큼 위기가 안 보이고, 위기가 안 보이는 만큼 회피가 정당화됩니다.
팀은 '알아서' 굴러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관리자가 빠져도 팀은 알아서 잘 돌아갈까요. 숫자는 정반대를 가리킵니다.
머피의 분석에 따르면, 중간관리자는 주간 업무 시간의 약 60%를 상태 보고, 일정·업무 조율, 결과물 1차 검토, 정보 전달에 씁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네 가지는 AI가 가장 잘 자동화하는 영역과 정확히 겹칩니다. 관리자가 '이게 내 고유 업무'라고 믿는 일 상당수가, 이미 자동화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는 뜻입니다.
결과는 이미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챌린저·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 집계로, 2026년 상반기에 AI를 사유로 든 감원 발표가 101,743건이었습니다. 2025년 한 해 전체(약 54,836건)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숫자로, AI는 이 집계에서 4개월 연속 감원 사유 1위를 차지했습니다.
- 가트너는 2026년 말까지 조직 5곳 중 1곳이 위계를 납작하게 만들며 중간관리자 자리의 절반 이상을 없앨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MIT 슬론 연구진에 따르면, AI를 본격 도입한 기업에서는 관리자 한 명이 맡는 인원이 약 7명에서 많게는 15명으로 늘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관리자가 AI를 모른 척하는 사이, 조직은 'AI가 대신할 수 있는 관리자'를 조용히 줄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관리자가 방향키를 쥐어야 하는 이유
흥미로운 건 회피의 반대편에 있는 데이터입니다. 팀이 AI를 얼마나 잘 쓰는지는, 관리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크게 갈렸습니다.
리더십 IQ 조사에서, AI 사용을 팀원에게 요구한 관리자의 팀은, 그렇지 않은 팀보다 AI에 대한 열의가 2.7배 높았고 역량 점수도 1.5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관리자가 방향을 잡아주기만 해도 팀 전체의 활용 수준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관리자가 손을 놓으면, 조직은 팀원 개개인의 편차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교육의 효과도 분명합니다. 구조화된 업스킬링을 하기 전에는 AI 에이전트에 능숙한 사람이 13%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훈련을 거친 뒤에는 그 비율이 81%로 뛰었습니다. 역량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고, 그 판을 짜는 사람이 바로 관리자입니다. 갤럽이 2026년 다운사이징을 겪은 근로자를 조사한 결과, 이번 감원 대상자의 62%가 AI를 쓰지 않던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나
조사가 관리자에게 권하는 행동은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 내 일 중에서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을 직접 점검하라. 조율, 상태 확인, 정보 전달처럼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부터, AI에 넘길 수 있는지 하나씩 따져보는 겁니다.
- 기본 프롬프트를 넘어선 진짜 역량을 키워라. '한번 써봤다' 수준으로는 부족합니다. 업무 흐름을 다시 짤 수 있을 만큼 도구를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 팀원에게 AI 사용을 분명하게 요구하라. 방치하는 게 아니라 기준을 세우는 것, 그게 관리자의 몫입니다.
"관리자가 AI를 몰라도 팀은 알아서 굴러갈까." 이 질문의 답은 이제 분명합니다. 팀은 굴러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팀에 관리자의 자리가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AI를 모른 척하는 태도가, 지금으로서는 가장 비싼 값을 치르게 하는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참고: Mark Murphy, "46% Of Managers Are In AI Denial And It Could Cost Them Their Jobs" (Forbes, 2026)
출처 · 참고
참고 문헌
- Mark Murphy (2026), "46% Of Managers Are In AI Denial, And It Could Cost Them Their Jobs," Forbes. https://www.forbes.com/sites/markmurphy/2026/07/10/46-of-managers-are-in-ai-denial-and-it-could-cost-them-their-jobs/
- Leadership IQ / Mark Murphy (2025), "AI Readiness 2025: The Persistence Gap" (임원·부서장·관리자 1,251명, 2025년 6월 조사 — 79.5% 사용, 46% 영향 부정/불확실, 33% 매일 사용, 7.7% 성과 연동, 2.7배·1.5배 효과). https://www.leadershipiq.com/blogs/leadershipiq/ai-readiness-2025
- Section, "2026 AI Proficiency Report" (자가평가 54% vs 실측 10%, 업스킬링 후 13%→81% — Murphy의 Forbes 기사 재인용).
- Challenger, Gray & Christmas (2026), "June Layoffs Cool to 45,849… AI Leads Reasons for Fourth Consecutive Month" (2026 상반기 AI 사유 감원 101,743건, 2025년 전체 54,836건 대비 약 2배, 4개월 연속 1위). https://www.challengergray.com/blog/challenger-report-june-layoffs-cool-to-45849-down-53-from-may-ai-leads-reasons-for-fourth-consecutive-month/
- Gartner (2026 말까지 조직 5곳 중 1곳이 중간관리자 절반 이상 감축 전망 — Murphy의 Forbes 기사 재인용).
- MIT Sloan (AI 본격 도입 기업의 관리자 통제 범위 약 7→15명 — Murphy의 Forbes 기사 재인용).
- Gallup (2026), 감원·다운사이징 관련 조사 (감원 대상자의 62%가 AI 비사용자). https://www.gallup.com/workplace/711287/workers-continue-report-downsizing.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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