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Tes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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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 운전대도 없고 페달도 없는 2인승 차량이 초대받은 승객을 태우고 스스로 도로로 나섰다. 헤드라인은 하나로 모였다 — 운전대가 사라졌다.

그런데 운전대는 이 사건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부품일 뿐이다. 테슬라 사이버캡이 실제로 걷어낸 것은 운전대 하나가 아니다. 실패했을 때 그 실패를 부드럽게 받아 주던 '여분(redundancy)' 전체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을 가르는 선도 바로 거기에 있다.

45대로 50만 건과 겨루려면

테슬라 사이버캡은 텍사스 등록 45대에 1년+ 누적 무인주행이 약 38만 마일인 반면, 웨이모는 미국 14개 도시에서 주 50만 건 넘게 유료 운행하며 연내 주 100만 건을 노린다. 웨이모가 대략 하루에 처리하는 운행 건수는, 단위가 다르긴 해도 테슬라의 1년+ 누적 주행 거리에 견줄 규모다.
45대 vs 주 50만 건, 벌어진 규모

먼저 숫자부터 맞춰 두자. 테슬라는 데뷔에 앞서 텍사스주 차량국에 사이버캡 45대를 등록했다. 그리고 로봇택시 앱을 통한 초대와 지오펜스 방식으로, 오스틴에서만 운행을 시작했다.

출처 : Waymo
출처 : Waymo
비교 대상인 웨이모(Waymo)는 규모가 다르다. 9월 1일 덴버·샌디에이고·탬파를 더하며 미국 14개 도시로 넓힌 웨이모는, 주당 50만 건이 넘는 유료 운행을 처리하며 연내 주 100만 건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테슬라가 로봇택시를 출범한 뒤 1년 남짓 동안 쌓은 무인 주행 거리는 약 38만 마일이다. 한쪽은 주행 거리, 다른 쪽은 운행 횟수라 같은 잣대로 겹쳐 놓을 수는 없지만 — 산술적으로 말하면, 그 1년+ 누적이 웨이모가 대략 하루에 처리하는 운행 규모쯤이다.

이 격차가 사이버캡의 설계를 설명한다. 웨이모의 6세대 차량은 카메라 13대에 라이다(LiDAR) 4기, 레이더 6기를 얹는다. 센서만으로도 차 한 대의 원가가 무거워진다.

웨이모 6세대는 카메라 13대·라이다 4기·레이더 6기에 원격 지원까지 얹어 여분을 최대로 쌓지만, 테슬라 사이버캡은 라이다·레이더·운전대·페달을 모두 빼고 카메라만 남겨 감지 단계의 여분을 0으로 줄였다. 여분을 덜어 낸 만큼 원가가 낮아지고 그만큼 많이 깐다.
여분을 쌓은 차, 걷어낸 차

테슬라의 계산은 정반대다. 처음부터 운전석·운전대·페달·라이다·레이더를 모두 빼고 카메라만 남긴 2인승 전용차를 대량으로 찍어 낸다. 그러면 차 한 대의 원가가 낮아지고, 그 낮은 원가가 규모를 만든다. 여분을 덜어 낸 만큼 싸지고, 싸진 만큼 많이 깔 수 있다 — 이것이 이 베팅의 뼈대다.

두 번의 제거는 사실 한 번의 결정이었다

카메라 외 센서를 뺀 '감지 단계'의 여분 제거와 운전대·페달·안전요원을 뺀 '실행 단계'의 여분 제거는 사실 한 번의 결정이다. 테슬라는 두 층의 백업을 동시에 걷어내고 감지에서 대응까지 이어지는 단 하나의 경로에 모든 것을 걸었다.
두 번의 제거, 하나의 결정

보통 두 논쟁은 따로 다뤄진다. 하나는 "카메라만으로 충분한가"라는 센서 논쟁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이 개입할 수단을 없애도 되는가"라는 통제권 논쟁이다.

출처 : Tes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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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이버캡에서는 이 둘이 같은 결정의 앞뒷면이다. 카메라 외의 센서를 뺀 것은 '감지 단계'의 여분을 없앤 것이다. 운전대·페달·안전요원을 뺀 것은 '실행 단계'의 여분을 없앤 것이다. 두 층의 백업을 동시에 걷어내면서, 테슬라는 감지에서 대응까지 이어지는 단 하나의 경로에 모든 것을 걸었다.

"No steering wheel, no pedals." (운전대도, 페달도 없다)

— 테슬라가 사이버캡 업데이트를 앞두고 내건 예고 문구 (CNBC, 2026)

눈여겨볼 대목은, 테슬라가 이 '없음'을 결함이 아니라 상품으로 판다는 점이다. 없앤 것을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순간, 되돌릴 여지도 함께 사라진다.

소프트웨어라면 나중에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차체는 하드웨어 차원에서 대안을 봉인해 버린다. 비상시 승객에게 남는 유일한 통제권은 화면의 정차 요청 버튼뿐이다. 게다가 테슬라 공식 안내서조차 이렇게 적는다 — 고속도로처럼 빠른 상황에서는 그 요청이 즉시 멈춤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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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 버튼이 "즉시"가 아니라 "안전한 곳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늦게 응답한다. 이 한 문장이 여분 없는 시스템의 성격을 정확히 드러낸다. 받쳐 줄 것이 없으니, 마지막 순간에도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완벽하게 만든 뒤 싸게, 아니면 싸게 만든 뒤 완벽하게

웨이모는 완벽하게 만든 뒤 원가를 낮추며 여분을 유지하고, 테슬라는 싸게 만든 뒤 완벽에 도달하려 여분을 걷어낸다. 여분과 규모가 맞바꿈이라는 전제를 웨이모는 부정한다 — 완성과 저원가 중 무엇이 먼저냐는 순서가 두 회사의 자율주행 베팅을 가른다.
완성이 먼저냐, 저원가가 먼저냐

여기서 반론이 필요하다. "안전 여분을 유지하면서도 규모의 경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실제로 주장하고, 또 그것을 실행하는 쪽이 있기 때문이다. 웨이모다.

웨이모는 라이다·레이더·카메라를 모두 싣고 원격 지원까지 붙였다. 여분을 최대치로 쌓은 차량이다. 그런데도 이미 주당 50만 건을 굴린다. 여분과 규모가 서로 맞바꿈 관계라는 사이버캡의 전제를, 웨이모는 정면으로 부정하는 셈이다.

결국 두 회사는 순서가 갈린다. 웨이모는 완벽하게 만든 뒤 원가를 낮추려 하고, 테슬라는 싸게 만든 뒤 완벽에 도달하려 한다.

일론 머스크의 논리는 단순하다 — 사람도 눈으로만 보고 운전하니, 카메라와 인공지능이 충분하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대편의 질문도 그만큼 단순하다. 역광·안개·먼지처럼 카메라가 불리해지는 조건에서, 받쳐 줄 두 번째 눈이 없어도 괜찮은가. 이 질문은 수사가 아니다. 이미 규제 서류에 올라 있다.

여분이 사라진 자리에서 무엇이 받치는가

NHTSA는 시야가 나쁜 조건의 FSD 조사를 리콜 직전 단계인 엔지니어링 분석으로 격상했다. 대상은 3,203,754대(약 320만), 관련 사고 9건에 사망 1건이 포함되며, 실패 지점은 역광·안개·먼지가 카메라를 가리는 순간 — 사이버캡이 라이다·레이더 여분을 걷어낸 바로 그 지점이다.
리콜 직전, 320만 대의 조사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시야가 나쁜 조건에서의 FSD를 문제 삼아, 2026년 3월 조사를 '엔지니어링 분석'으로 격상했다. 대상은 약 320만 대, 정확히는 3,203,754대다. 관련 사고 9건 가운데는 사망 사고 1건이 포함됐다.

조건은 매번 같았다 — 강한 햇빛(역광), 안개, 흩날리는 먼지가 카메라를 가리는 상황. 참고로 엔지니어링 분석은 리콜로 가기 직전의 마지막 조사 단계다. 그리고 사이버캡이 상업 운행을 시작한 지 24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NHTSA는 이 차량에 대한 별도의 공식 감사를 열었다.

여기서 두 결정이 만난다. 조사가 지목한 실패 지점은 카메라가 가려지는 순간이다. 그런데 그곳이 바로 사이버캡이 여분을 걷어낸 지점이다. 라이다나 레이더가 있었다면 카메라의 실명(失明)을 메웠을 것이다. 운전대가 있었다면 사람이 개입했을 것이다. 두 백업이 모두 없는 차에서, 카메라가 못 본 위험은 아무도 대신 보지 못한다.

자율주행 서비스를 평가할 때 운전대 유무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무엇이 받치는가를 봐야 한다. ① 카메라 밖 센서 이중화(라이다·레이더), ② 원격 개입 여부, ③ 문서화된 비상 정차 절차 — 세 칸이 모두 비면 운전대의 부재는 진보가 아니라 회피할 수 없는 위험이다.
실패했을 때 무엇이 받치는가

아직 나오지 않은 판정

2025년 6월 오스틴의 첫 테슬라 로봇택시에는 운전대와 조수석 안전요원이 있었지만, 2026년 9월 사이버캡에는 둘 다 없다. 증명이 끝난 뒤 여분을 걷어낸 게 아니라, 여분을 먼저 걷어낸 채로 FSD의 궂은 시야 안전 증명을 시작했다.
1년 사이, 사라진 안전장치

2025년 6월, 오스틴의 첫 테슬라 로봇택시에는 운전대가 있었다. 조수석엔 안전요원이 앉아 있었다. 2026년 9월, 테슬라 사이버캡에는 둘 다 없다.

1년 남짓한 사이에 바뀐 것은 안전장치의 유무다. 바뀌지 않은 것은 그 안전장치가 지키려던 질문이다 — FSD가 궂은 시야에서 위험을 제대로 보는가. 이 질문은 여전히 규제 당국의 미결 서류로 남아 있다.

순서가 뒤집혀 있다. 증명이 끝난 뒤 여분을 걷어낸 게 아니라, 여분을 먼저 걷어낸 채로 증명을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도로 위의 사이버캡은 상품이자 실험이다. 한쪽엔 리콜 직전 단계에 놓인 320만 대가 있고, 다른 쪽엔 이제 막 감사가 열린 45대가 있다. 다음 판정이 어느 쪽으로 떨어지느냐가, 여분을 없앤 이 베팅이 계산이었는지 만용이었는지를 정한다.

출처 · 참고

참고 문헌

이미지 출처